라이프로그


Prince, "Purple Rain" (2007) LIVE


오랜만에 비가 퍼붓기 전, 한창 습하기만 하고 답답하던 순간 이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프린스(Prince)의 대표곡, 1984년에 발표된 "Purple Rain"이다. 그리고 비가 퍼부을 때도 이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고전을 뒤늦게 알았을 때의 부끄러움은 크지만, 그와 동시에 마치 미뤄둔 감동을 한꺼번에 받는 듯한 기분도 있다. 처음 발표했을 당시 음원도 실황을 가공한 수준으로, 프린스가 가수이자 작곡가, 연주자로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는 인상을 준다.

이 곡이 특별히 사랑받는 이유는 프린스의 대표곡이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2007년 제41회 수퍼볼(Super Bowl XLI)의 하프타임(Halftime) 공연의 영향도 클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최고의 수퍼볼 하프타임 공연을 거론할 때마다 주목받는 사례이다. 이 공연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NFL과 하프타임 공연 기획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어머니 자연(mother nature)이었다. 보통 수퍼볼 때는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마이애미에서 맞이한 폭우에 기획자들은 당황했는데, 정작 프린스는 비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 "비 더 퍼붓게 해줄 수 있나요?"라고 했단다.

과연, 지독하게 기민하고 낭만적인 예술가라 할 만하다.

비 오는 날 "Purple Rain"이라니, 심히 적절하지 않은가. 그 가사는 이뤄질 수 없는 로맨스에 대한 화자의 회한을 한껏 담고 있으니, 기왕이면 서글플 정도로 비가 퍼붓는 상황을 상상할 만했을 것이다. 비가 오든 오지 않든 그저 듣기만 해도 좋은 곡인데, 비가 퍼붓는 날 현장에서 강렬한 기타 연주와 함께 듣는다면 얼마나 기억에 남을 것인가. 프린스는 그 정도 생각까지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우천이라는 소재로 명곡을 만든 예술가의 오랜 동경과도 같은 공연 현장이 드디어 현실에 만들어진다는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최근 수퍼볼 하프타임 공연들을 보면 대부분 비음악적 요소가 과도하게 투입된다. 프린스의 공연 때도 트윈즈(The Twinz)라는 댄스팀이 섰고, "Purple Rain"에서도 장막 뒤 기타 솔로를 했으니 역시 비음악적 요소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Purple Rain"은 정말 락 음악 실황에 기대되는 정석이었다. 인간과 기타의 소리로 십만이 넘는 현장의 청중을, 억대에 이르는 세계의 청중을 매료했으니, 장르를 넘어 음악의 본령에 충실한 성공이었다. 다만 한 가지, 차라리 마법에 가까운 비음악적 요소가 끼어들었다. 장대비가 카메라로 보이는 화면도 물에 젖을 만큼 지독하게 코러스를 했다는 것 말이다. 가수도 청중도 폭우 한복판에 있는 것을 눈에 띄게 즐긴 공연이라니, 프린스는 생애 최고의 행운을 이날 썼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융복합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취급되는 시대, 음악의 본령이란 무엇인가. 향후 수퍼볼 하프타임에서 어떤 공연도 프린스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음악의 본령은 망각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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