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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을 위하여 : 리메이크에 대한 단상 잡담


나는 리메이크에 엄격한 편이다. 원곡이 따로 있는 줄 모르고 들었을 때 좋았던 것도 원곡을 듣고 나면 우선순위가 달라질 때가 적지 않다. 리메이크에 지나치게 가혹한 것은 아닐까, 어떤 이유가 있기에 '원곡 근본주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보수적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 스스로 그런 질문을 할 때도 있다. 아직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하긴 음악이란 내키는 대로 듣는 것인데 심각한 불협화음이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문제가 없는 노래에 대해 일정한 답이 있을 리가 있나.

점점 새로운 유형의 예능 프로그램을 내놓기 힘들어지는 세상 속에서 방송사들은 잊을 만하면 음악을 찾는다. 2010년대 전반은 엠넷의 『슈퍼스타 K』 시리즈를 필두로 하여 여러 방송사에서 오디션을 여는 바람에 오디션이 질리도록 나왔다. 서바이벌 오디션 순위 조작 파동으로 한동안 침체되는 듯했던 오디션은 최근 JTBC에서 『팬텀싱어』, 『싱어게인』, 『슈퍼밴드』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오디션이 넘칠 때면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오디션을 100% 자작곡으로 소화하는 가수는 많지 않다. 그러니 스타가 되고 싶은 그들은 이미 대중 사이에 인기를 얻었던 노래를 중심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리메이크가 탄생한다. 그럴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이번에는 원곡에 가깝게 소화를 할까, 아니면 원곡을 크게 망쳐놓을까 하면서 말이다.

꼭 방송에 나오지 않더라도 리메이크는 아직도 많은 가수를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어떤 가수는 그 시험대를 훌륭하게 통과하기도 한다. 『Modern Times』의 타이틀 「분홍신」의 표절 논란이 터진 직후 아이유를 끌어올린 것은 「금요일에 만나요」였지만, 결정적으로 그를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옮겨준 것은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였다. 이후 아이유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 전설이다. 음원 성적 등에서 아이유가 지금 전설임을 부정할 필요는 없을 듯한데, 그에게 아티스트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리메이크였음도 인정할 만하다.

그런데 전설은 문제를 만들기 마련이다.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보다 그 사람을 보는 사람의 문제라고 해야 정확하다. 그가 무엇을 해도 전설로 보이는 것이다. 그의 리메이크마저 원곡을 넘어선 것처럼 쉽게 미사여구를 갖다붙이는 일은 허다하다.

아이유의 리메이크가 '망작'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아이유의 리메이크 중 일부는 원곡 못지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잘 만들었다고 높이 평가한다. 『꽃갈피』에 실린 「나의 옛날 이야기」는 호불호가 갈리는 조덕배의 가창보다 21세기의 감성에 잘 맞게 바꿨고, 「너의 의미」는 산울림 감성을 김창완의 가창과 어우러져서 잘 재현했다. 『꽃갈피 둘』에 실린 「어젯밤 이야기」는 아이유가 2014년부터 발표한 곡 중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오래 버텼다. 「어젯밤 이야기」가 소방차의 아이돌 댄스곡으로 소비되는 바람에 자칫 놓치기 쉬운 음울하고 퇴폐적인 감정선을 잘 끄집어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브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비밀의 화원」은 유감스럽게도 흔한 아이돌 리메이크처럼 들렸다. 우월할 것 없어보이는 화자가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라고 말하면서 위로를 건네는 노래인데, 빈틈 하나 없이 음을 채워넣고 예쁜 가창으로 소화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새로 만드는 사람의 이해 방식에 따라 노래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진솔한 대화체의 가사에 걸맞게 단출하고 소박한 모던 락이었던 원곡에 가깝게 했어도 아이유라면 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의 취지를 오해하지 마시라. 노래의 훌륭함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아이유의 리메이크가 이상은의 원곡보다 더 좋게 들리는 사람의 귀를 '막귀'라고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이유가 부른 「비밀의 화원」을 듣고 위로를 받거나 안도감을 느낀 사람들의 경험을 깎아내릴 자격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심지어 임진모 같은 평론가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내가 좋다고 들었던 아이유의 리메이크를 원곡보다 형편없다고 비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리메이크가 나오면 오리지널에도 관심을 가지자는 것이다. 지금은 소니 워크맨 같은 것에 의존해서 음악을 듣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유튜브는 프리미엄에 가입하지 않아도 15초 광고만 보면 수많은 음원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조금 더 풍성해진 음악적 경험 속에서 판단을 해도 되지 않을까. 내가 질려버린 것은 리메이크만 하면 원곡을 뛰어넘었다는 소리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는 일, 그리고 빛나 마땅한 원곡조차 빛을 보지 못하고 리메이크에 밀려 더욱 더 깊은 어둠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 원래 락에 기반을 둔 노래는 리메이크되면서 요즘 유행을 반영해서 EDM에 가까워지거나 적어도 원곡보다는 화려하게 편곡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렇게 바뀐 노래를 들으면 귀가 아프다.

** 특히 리메이크로 음원을 발매할 때의 문제인데, 어떻게든 바꾼 티를 내겠다는 양 박자를 어설프게 비튼 것을 들으면 짜증이 난다. 이런 경우 원곡에 대한 존중은 리메이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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