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지훈)의 신보 [Rain Effect](2014)를 들은 음악웹진 이즘(izm)의 한동윤이 쓴 평론은 이렇게 시작된다.
"피로감이 골육에 사무친다. 두 명이 듣다가 넷이 지쳐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Rain Effect]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다해 노곤을 증정한다. 과한 바이브레이션과 애드리브를 연발하는 겉멋에 젖은 싱잉, 유연함이나 슬기라곤 전혀 발견할 수 없는 평면적인 래핑, 맥락은 배제한 채 반복에만 전념하는 가사 등 일련의 요소들이 화합해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비는 진정한 마성의 남자다."
그리고 평점은 별 1개. 웬만한 혹평을 달면서도 이 정도로 평점을 주는 경우는 잘 없는데, 이즘의 평론가들이 듣기에는 정말 심각했던 모양이다. 아무리 이즘이 아이돌 또는 그 출신에 관대하지 않다고 해도, 이 정도면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평단의 반응뿐만 아니라 대중의 반응도 "후렴은 태진아가 부른 줄 알았다!" 하는 반응을 제외하면 시큰둥해서 그랬는지, 월드스타의 이름값에 비하면 허무하게 <La Song>은 버티지 못하고 상위 10위권에서도 밀려나는 분위기였는데…
우린, 비진아야!
비가 비진아 콜라보를 결정했다는 보도를 본 다음, 내 머리 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 비가 제법 영리하다. 둘, 비가 자신을 망가뜨려서 곡을 살리기로 했구나. 실제로 비진아 합성 동영상이 인기를 얻고 비진아 콜라보가 결정되면서, 미끄러지고 있던 <La Song>은 한때나마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비호감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비진아 콜라보는 결국 비보다 태진아에게 좋은 일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젊은이들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은 것 아닌가! 기획사로도 성공을 거둔 영리한 태진아는 후배인 비가 준 기회를 잘 낚아챘다. 심폐소생술로 잠깐 비를 살려주는 것 같았던 태진아는…

이렇게 그를 보내버렸습니다. 좋긴 뭐가 좋겠어요 아아 ㅠㅠ
<La Song>은 나온 지 40일 정도만에 리메이크되었다. 물론 태진아의 <La Song>은… 원작보다 더 괴작이다. 하지만 그런 평가와는 무관하게, 태진아가 비를 제대로 써 먹은 것만은 확실하다. 아무리 원로가수라지만 이제 이만큼 화제에 오르기 쉽지 않은 그로서는 비를 통해서 주목을 오랜만에 받고 효과적인 홍보를 한 셈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괜히 선배가 아니다. 비로서는 아마 뼈 저리게, 태진아에게 한 수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비진아의 여파는 저게 다가 아니었다. 시점상으로는 태진아의 리메이크판 발매보다 좀 더 앞의 일이다.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