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언발란스, "Over Man" (2001. 6.) 발굴




언발란스, <Over Man> (2001. 6.)
― 그때 박명수의 '유로쪼쪼' 기운을 알아봤어야...

- 작사 : 박기현
- 원곡 : Steve Miller Band, <Abracadabra> (1982. 5.)

지금은 DJ라는 거창한 명함까지 뿌리고 다니는 박명수지만, 그의 가수활동은 꽤 오랫동안 무시당했다. 하지만 미친 짓도 10년을 하면 인정받는다던가. 박명수의 가수 데뷔는 1999년 <바보사랑>이었으니, 15년 가까이 분투하던 끝에 가수 겸 작곡가(singer-songwriter)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셈이다. 작품의 질은 별도로 생각할 일이지만, 비난과 모욕에 가까운 평가를 감당한 그의 근성은 김성모 화백이 펼친 근성론에 가장 부합하는 어떤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박명수는 가수를 겸업하는 다른 희극인들과 달리 단발성 행사로 곡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활동을 했는데, 심지어 그룹활동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그룹활동은 MBC [무한도전]에서 한 것이 아니다. [무한도전]이 나오기도 훨씬 전인 2001년에 박명수는 가수 겸 배우 김시영과 함께 언발란스라는 그룹을 결성한다. 김시영은 이후 금은동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는데, 1992년 KBS 대학가요축제 금상 수상자였다고 한다. 어쩌다 박명수의 마수(?)에 걸렸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렇게 김시영을 포섭한 박명수의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1999년 <바보사랑>은 이후 소녀시대 멤버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곡으로 뜻밖의 소소한 명성을 얻었지만,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박명수 입장에서 고무적 상황은 2000년 <바다의 왕자>가 거둔 성공이었다. 아마 이 상황이 바람을 불어넣은 듯한데...

뮤직비디오 도입부에서 허무개그 듀오 손헌수-이진환이 한 말처럼, 결과는 '오버'였다. 곡 제목부터 <오버맨>인데 제목 따라가버렸다.그래도 찾아보니 공연영상이 하나는 나온다. 다행인가.

그런데 이런 곡에도 나름대로 중요한 계기랄까, 의미랄까 할 만한 것이 있다. 스티브 밀러 밴드의 <Abracadabra>를 리메이크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원곡도 그렇지만 이 곡의 리믹스판을 들어보면 유로댄스의 향기를 짙게 풍기고 있어, <오버맨>이 어떤 취향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물증은 없지만, <Abracadabra>를 고른 것은 박명수의 안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그가 최신 유로댄스나 다름 없는 건터(Gunther)의 2004년작 <Ding Dong Song>을 리메이크하여 2005년에 <탈랄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라디오특집 때 정형돈을 격려하면서 배철수가 지나가듯 했던 "박명수는 유로댄스나 알지"라는 말은 앞서 한 추측에 신빙성을 더한다.

박명수의 최근 음악적 취향은 (본인도 여러 장비와 프로그램의 힘을 빌려) 작곡을 할 수 있는 EDM으로 옮겨갔지만, 그의 음악적 출발점은 유로댄스였다. 근성으로 가수 하던 시절, 박명수의 취향만큼은 확고했다. '8비트 유로쪼쪼'는 그렇게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가 '제8의 전성기'와 함께 빛을 보았다. 아, 역시 근성인가.

뱀발 : 차라리 <바보사랑> 감상이나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글을 쓰는 내내 들었다. 그 편이 짧고 굵었을 것이다.